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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악마가 내 이름을 부를 때

우윤희

소꿉친구와의 정혼을 앞둔 어느 밤, 처음 보는 미남자에게 한눈에 사로잡혔다.
수상하리만큼 신비로운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는데.

“그럼 당신은…… 지옥에서 온…….”

알고 보니 그는 악마.

“저는 그 지옥을 가진 자입니다.”

그것도, 마왕이었다.

정적이 흐르는 밤의 정원에는 먼 곳의 새 떼가 줄지어 날아가는 소리만이 아스라이 울렸다. 요연한 달빛 아래 드리워진 단테의 그림자가 어둑한 정원 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의 그림자에서 언뜻 두 개의 기다란 뿔이 번득이는 것을 보았다면, 착각일까.

***

로빈. 단테의 유려한 입술이 이름 하나를 불렀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촛불의 그을음 위로 흩어질 때까지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모든 생을 바쳐도 당신에게는 잠깐의 불꽃일 뿐이겠죠, 이 촛불처럼…….”
“…….”
“그런 내가 감히 당신을 욕심내는 거…….”

로빈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단테의 입술에 삼켜졌다.
기꺼이 굴복하듯 눈이 감긴다. 빛도, 소리도 사라지고 시간마저 멈춘 밤이었다. 겹쳐진 두 입술은 간절히 서로를 머금었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서로의 숨에 새겨진 결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느리고 깊었던 입맞춤은 아주 작고 부드러운 마찰음과 함께 끝이 났다.

“더 욕심내요. 전부 바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