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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온한 약혼

은지유

“겨우 일 년이야. 그 시간 동안 정윤재의 약혼녀 이름으로 내 옆에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대표님.”
“내 옆에서 내 여자가 되라는 말이 어려운가?”

윤재는 고개를 비틀어 소율의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

“그 작품 대신 윤소율을 갖겠다고. 당신 어머니가 망가뜨린 그 작품, 변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더 필요해?”

소율은 온몸에 힘이 빠져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제 여자가 되어라. 그 불온한 제안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미치도록 불쾌하지만, 슬프게도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10억, 그걸 진짜 대체 무슨 수로 변상할 수 있냐고.

“대표님, 그런 식의 방법 말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욕에 순순히 동참할 수 없었다.

“없어.”
“후회하실 거예요. 그 작품값을 대신할 만큼 제가 가치 있게 재밌지 않으실 테니까요.”
“……아니, 재밌어. 윤소율.”

그는 느릿하게 팔을 뻗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서늘한 느낌에 소스라친 소율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재밌네. 벌써.”

윤재의 느른한 목소리가 빛을 잃은 룸 안에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