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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때처럼 한 번 더

루아(Rua)

“제가 정말 해 준 게 없어요? 오빠 학원비, 오빠 식비, 차비 누구 돈으로 대고 있는데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일만 해야 했던 윤지.
자신은 집 보증금과 식당 리모델링 때문에 일하는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건만, 아버지는 윤지의 돈으로 기어이 오빠에게 해외 여행까지 시켜 준다.

집을 박차고 나온 윤지는 다니던 은행을 그만 두고 친구 미영에게 찾아가고, 미영은 그런 윤지를 위해 다음 날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준다.
그곳에서 만난 엉뚱한 남자, 황경헌.

“너무 티 내지는 마. 못된 사람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러는 본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나? 나도 믿지 말아야지.”

믿지 말라는 남자가 주는 달콤한 행복에 윤지는 점점 스스로를 찾게 되는데…….


***

윤지는 불 켜진 현주의 가게를 한참 바라보다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혁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와, 왔니?”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아 윤지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등 뒤로 다급한 혁의 목소리가 따랐다.
“미안하다.”
방문을 열려던 윤지가 혁을 돌아봤다. 싸늘한 동생의 시선에 혁이 시선을 돌렸다.
“정말 미안하면 오빠는 지금이라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니?”
“지금도 봐 봐, TV 앞에 있잖아.”
“…….”
“오빠, 우리 솔직해지자. 사시 4년, 경시 3년, 합이 7년이야. 매달려서 안 되면 스스로 다른 길을 찾아야지.”
“뭐?”
쾅!
윤지의 말에 혁이 황당해하는 사이 가게에 나가 있는 줄 알았던 덕수가 안방 문을 거칠게 열고 나타났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네가 뭔데 길을 찾아라 마라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경멸 어린 시선이 혁을 향한 사이 빠르게 다가온 덕수가 윤지를 힘껏 떠밀었다.
“네가 뭘 얼마나 해 줬다고 유세야, 유세가! 네가 오라비한테 뭘 그렇게 해 줬다고 그따위 말을 지껄이냐고!”
“아버지, 그만하세요.”
“넌 빠져 있어. 남들은 집에서 보약이다 뭐다 해먹이고, 신줏단지 모시듯이 해도 될까 말까 하다는 힘든 공부 하는 오라비한테 보약은 못 해 줄 망정 기를 꺾어?”
“제가 정말 해 준 게 없어요? 오빠 학원비, 오빠 식비, 차비 누구 돈으로 대고 있는데요. 아버지 말대로 다 쓰러져 가는 그 가게에서 우리 집 생활비도 나올까 말까 한데, 오빠 뒷바라지에 준이 뒷바라지까지. 저도 허리가 휘어요.”
“그게 어디 혁이만 좋자고 그러냐? 혁이가 잘되야 우리 집안이…….”
“아버지 큰아버지 뒷바라지 그렇게 뼈 빠지게 하셨어도 뭐 돌아오는 게 있던가요? 아버지 머리 좋아 갈 수 있는 대학도 큰아버지 뒷바라지 때문에 못 가셨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 큰아버지가 우리들한테 해 준 게 뭔데요.”
“여기서 형님 이야기가 왜 나와? 네가 그 큰 은행에 한 번에 취직할 수 있던 게 다 누구 덕이겠냐. 요즘은 다들 계약직이라는데 너 정규직 되게 힘 써준 사람이 누구냐고! 그리고 우리 집 대출받을 때도 힘 써준 게 누구겠냐. 다 형님이 힘 써 준 거지.”
“아버지! 그거 다 빚이에요! 그 빚은 지금 누가 갚고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