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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친절의 법칙

신민영

부서의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은 인텔리커피 무역2팀의 계약직 직원 소연.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친절한 여자’ 역할을 자처하지만, 애를 쓸수록 삶은 도리어 더 고단하고 외로워진다.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지쳐가던 그녀 곁에 선 한 남자, 정관우.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이 내게 불친절한데, 나라고 세상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지.”

화선지에 먹이 번지듯, 그가 알려주는 ‘불친절의 법칙’에 스며든다.

* * *

“나를 좋아하나?”

착한 눈동자로 소연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관우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어서 대답하라는 듯 소연을 재촉했다. 소연은 숨이 찬 사람처럼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새된 목소리로 망설이듯 대답했다.

“저는…….”
“너는?”
“과장님이 이러시는 거 싫어요.”
“어떤 점이?”
“이렇게 헷갈리게 하는 거 싫어요. 내도록 그러고 계시잖아요. 계속 혼란스럽게 만드시잖아요!”
“내가?”
“네, 과장님이요. 그러니까 대답할 수 없어요. 안 할 거예요.”

그때, 토라진 소연의 입술에 뜨겁고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관우의 입술이었다. 그의 입술에서는 박하 향이 났다. 소연의 눈이 번쩍 뜨인다. 관우가 살며시 입술을 떼고 다시 소연을 본다.

“이제 대답해봐. 김소연은 나를 좋아하나?”
“과장님…….”
“왜 눈치가 있다가 말아.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으면 계속 그렇게 알면 되지. 왜 헷갈려.”

계약직, 경력직, 여성, 부하직원……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사회 속, 약자들이 찾아가는 소박한 낭만과 찬란한 희망, 그리고 사랑.